무장애 숲길은 2013년 12월 완공되었습니다. 무장애의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장애가 있는 사람이나 노약자
어린이 그리고 임산부 등 등산이나 자연을 접하는 게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서 데크길과 경사로 형태로 설치되어
누구나 자연을 접할 수 있도록 만든 2㎞ 데크길입니다.
◆ 가는길
부산 지하철 2호선 구남역에서 강서 19번 마을버스를 타고 유림아시아드 방향으로 10여분을 타고 가면
쉽게 접근이 가능합니다.
◆ 무장애 숲길가는 날
가을, 단풍이 들기 시작하면, 산길을 걷는 마음이 설레어집니다. 며칠 전부터 계획하고 일정을 잡았지만
쉽게 시간이 나질 않습니다. 아침까지 맑았는데 출발하려니 내리는 비, 주중 내내 맑다 주말에만 내리는 비
없었던 약속이 생기는 날 등 가벼운 등산 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일요일, 큰아이는 학원에서 보강을 한다고 하고, 작은 아이는 약속이 있다고 합니다. 갑자기 출발합니다.
날씨는 해가 뜨지 않아 더욱 좋아 보입니다. 해가 뜨지 않아 전망이 그다지 좋지 않을 것 같은 느낌도 있습니
다. 역시 두 마리 토끼는 역시 두 마리입니다. 물도 챙기고, 혹시나 모를 저혈당이 올까 봐 사탕과 음료도 챙겨
습니다. 고 당뇨 환자라 갑작스러운 저혈당은 치명적이어서 항상 조심을 합니다.
운전대를 잡고 열심히 달려갑니다. 윤도현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따라 부르며 갑니다. 오랜만에 가져
보는 시간이라 그런지 가볍게 설레었나 봅니다. 일요일 낮시간인데 이동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차가 많이
있습니다. 부지런히 가지만 생각보다는 멉니다.
무장애숲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주차하기 위한 차들 행렬이 꽤 나 깁니다. 아이들 외출 시간에 맞추다 보니
마음이 조급해져서 유림노르웨이 숲 단지 부근에 세웠습니다. 주차장을 지나가려고 보니 어느새 차들이 빠
져 나가 주차 공간이 있습니다. 여유 없는 내가 다시 원망이 듭니다.
◆ 무장애 숲 하늘 전망대를 오르며
처음에는 무장애 숲이라는 말의 의미를 몰랐습니다. 무장애 숲 설명판을 보면서 아 하 하고 깨닫게 되었
습니다. 예전 대학 다닐 때 농구하다 발목을 크게 접질렸을 때 장애인의 삶을 조금이나마 겪어 봤습니다. 일
반인은 모르고 살았을 불편함들이 아니 길이 편평하다고 무의식으로 살다가, 접질린 발목으로 한 달간 살아
보니 울퉁불퉁, 정상적인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벌써 30년 전 이긴 하지만 잊고 살았던 그들의 불편한 삶이
다시 떠 오릅니다. 이런 곳이 계속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하늘 전망대 오르는 길은 평범함 그 자체입니다. 30분 정도, 정말 가벼운 걸음으로, 오르면 만나게 됩니다
계단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경사가 높아 걷기 불편한 길은 없습니다. 나무 데크로 불편함이 없이 오를 수 있는
그런 길입니다.
그 길은 숲 한가운데를 지나갑니다. 나무들은 해도 가리고, 세상도 가렸습니다. 한동안 걷다 보니 내가
있는 곳이 어딜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밀려왔습니다. 지나는 길에 북구 도서관 가는 길도 통해 있습니다.
숲길을 걷다 도서관에 이르러 책 한 권 읽는 것도 꽤나 괜찮은 경로인 것 같습니다.
하늘 전망대 오르는 길에는 많은 바위들이 있습니다. 짝꿍바위, 거북바위, 정승바위, 두꺼비 바위 등 오르는
길이 심심하지 않게 다양한 바위 찾기 놀이하면서 갑니다. 근데 찾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그러다 혼자 다시
이름 짓기 놀이를 합니다.
나는 이제 올라가는데 내려오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백양산을 넘어서 이곳 범방산에 이르는 트레킹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동네 마실 나오신 할머니들도 계십니다. 집 근처 이런 곳이 있다는 건 축복인 것 같습
니다. 거기다 무장애 길. 부산은 산이 많아 등산이나 트레킹 할 곳은 많지만 길들이 쉽지만은 않은데 이곳은
꽤나 좋습니다.
숲이 꽤나 깊어졌는지 차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가을을 느낄 만큼 선선한데도 이마엔 땀이 가득 차고, 옷
안쪽으로는 꽤나 축축해졌습니다. 하늘 전망대에 가까워졌는지 부쩍 등산객이 많이 보입니다. 두 갈래 길,
한쪽은 계단 한쪽은 경사로, 전 계단을 선택했습니다. 좀 더 빠르게 오르길 원했습니다. 그래봐야 1분인데
범방산 210m 표시석이 보입니다.
◆ 하늘 전망대에서
하늘 전망대에서 보는 낙동강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듭니다. 경북 어딘가에서 시작한 물줄기가 어느새
부산까지 내려와서 커다란 몸집을 자랑하고, 저 멀리 바다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어느 작가의 글처럼 "강
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 기억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전망대에서 낙동강을 보고 있으니 정
말 그럴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넓디넓은 김해평야, 저 멀리 가덕도, 을숙도 지금 내 눈에 보이는 저 강물은 낙동강이 시작한 지 며칠만
에 여기에 이르렀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힘들다 불평은 했을까, 지겹지는 않았을까. 왠지 저 강물이 저
인 것만 같습니다.
가을 다운 날, 가을 다운 무장애 숲길 하늘 전망대에서 부산의 가을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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